한영수교 140주년이 되는 2023년을 앞두고 문화교류가 점점 더 활발히 목격되고 있는데요, 민간 차원에서 독립운동을 주제로 한 <단 한번뿐인 젊음을 어떻게 할 것인가?, What are you going to do with your one and only youth?>라는 공연이 11월 17~18일 영국 런던에서 소개됩니다. 한국에서는 <통인동 128번지>로 소개된 작품은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일가의 독립운동을 소재로, 종로문화재단(대표이사 유광종)에서 기획, 극단 삼일로창고극장이 제작해 지난 8월 10일, 815광복절 기념으로 공연했던 낭독음악극이지만 여기엔 우리가 살고있는 영국과의 안타까운 외교사가 역사적 배경으로 숨어있습니다.
1904년 주영 공사였던 민영돈의 귀국으로 서리 공사가 된 이한응이라는 당시 대한제국의 외교관이 있었는데요, 대한제국을 둘러싼 정세가 급속도로 변하고 있어 영국 정부가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한국의 독립과 주권, 그리고 영토 등 5개항을 보장해 주도록 요청했으나 이한응은 약소국의 대표였고 일본의 영향력은 커져만 가고있어 당시 외무장관인 랜즈다운 경을 비롯한 영국 정부는 냉담한 반응을 보입니다. 그래서 나라의 외교권이 빼앗기는 을사늑약을 앞두고 외교관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괴감에 1905년 5월 12일 영국 런던 얼스코트의 자택에서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사후 영국 정부에선 이를 안타깝게 생각하고 영국 정부를 상징하는 장미 문양을 동판으로 새긴 후 관위에 올려 한국으로 보내고 고종은 특명으로 시신을 용인으로 옮겨 안장합니다. 그는 1962년이 되어서야 건국훈장 추서를 받게 되죠.
이번에 소개될 <단 한번뿐인 젊음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우리 영국 교민들에게도 잘 알려지지 않은 이런 역사적배경을 함께 하고 있는데요, 사실 우리나라가 일본의 식민지가 된 외교적인 사건은 1902년 체결한 영일동맹에서 출발합니다. 1905년 8월, 제2차 영일동맹으로 일본의 한국 지배를 외교적으로 보장하고, 9월 포츠머스 조약에 의하여 일본의 한국 지배가 공식적으로 승인되어, 같은 해 11월 을사늑약이 체결된거죠. 이는 우리가 일본으로부터 자주독립을 쟁취하기 위하여 온갖 희생과 고난을 당하고, 해방 이후 남북 분단의 원인(遠因)이 되기도 합니다.
작품 속 주인공인 이회영을 포함한 6형제는 임진왜란 일등공신인 이항복의 10대손으로, 이 집안에서는 영의정을 9명이나 배출하여 최고의 명문가인 삼한갑족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이분들이 소유한 재산이 현시가로 3조원에 이르는 재산가였는데요, 일제강점기에 나라의 독립을 위해 부와 명예를 포기한 삶을 살아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한 인물입니다. 부제인 <통인동 128번지>는 이회영 선생이 중국으로 망명하여 독립운동을 하다가 자금이 부족하여 독립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비밀리에 국내에 잠입하여 은거하던 곳으로 해방 이후에는 이회영 후손들의 본적지가 되는 곳이구요.
<통인동 128번지> 공연을 통해 한국의 역사적 비극과 분단에 국제정세 즉, 영국의 외교 활동과 연결되어 있었음을 이해하고 객관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양국 간에 상호 이해와 협력을 강화하고 신뢰를 증진시키는 계기로 삼을 수 있으면 합니다.
– 황원섭 우당 교육문화재단 이사-
영국 공연은 런던에서 공연 프로듀서로 활동하고 있는 “아이러브스테이지” (ILOVESTAGE) 김준영 대표가 <통인동 128번지>를 보고 영국에 소개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 종로문화 재단측과 공연 계약을 체결하고, 우당 이회영 선생의 90주기 추모일(11월 17일)에 맞추어 양일간 공연을 준비중입니다. 이번 작품은 영국인을 대상으로 영어로 각색하여, 드라마터그 세바스찬 가드너(Sebastian Gardner), 연출 다니엘 케틀(Daniel Kettle), 음악감독 마이클 크린(Michael Crean), 정대경 작가겸 작곡가 등 영국 제작진들과 배우들을 주축으로 만들어지고 있으며 관객들은 영국 공연계에서 활동하는 프로듀서, 평론가 등 공연 관계자들과 일부 한국 역사와 문화, 언어를 연구하는 런던대학(SOAS) 학자, 그리고 공연을 좋아하는 영국 주재 교민들로 구성될 예정입니다.
우당 이회영 선생은 우리나라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상징적인 존재입니다. 빼앗긴 조국의 독립을 위하여 자신의 생명과 재산, 가족까지도 바친 것인데요,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사회지도층 인사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를 의미하는 서구의 개념이죠. 사회적 신분이 높으면 그에 상응하여 도덕적 의무도 높아진다는 말로 영국의 왕실과 귀족들의 사례를 많이 인용합니다. 실제 제1, 2차 세계대전에서 영국의 고위층 자제가 다니던 이튼 칼리지 출신 중 2천여 명이 전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1982년 포크랜드 전쟁 때, 고 엘리자베스 여왕의 아들이며 현재 국왕 찰스 3세의 동생인 엔드루 왕자가 해군 헬리콥터의 조종사로 격전지에서 폭격을 주도했다고 알려져 있죠. 영국의 관객들이 우당 이회영 선생의 국가를 위한 책임감을 이해한다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번 영국 공연은 단순히 한국의 작품을 소개하는 것뿐 아니라, 역사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한국과 영국 140년 관계를 향상시키는 새로운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는 데서, 의미와 보람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낭독 음악극 <단 한번뿐인 젊음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버킹검 궁전 옆에 위치한 “디 아더 팰리스(The Other Palace)“에서 오는 11월 17일, 18일 오후 8시 양일간 소개되는데요, 런던의 뮤지컬 전문 교육기관인 마운트뷰(Mountview)아카데미에서 영어권 시장에 소개되는 한국 뮤지컬의 제작과정, 완성도, 관객의 이해를 모니터하고 그 성과를 설문조사를 통해 공식 보고서를 만들어낸다고 합니다. 물론 쇼케이스의 가장 큰 목표는 완성도를 바탕으로 그 이상의 제작 가능성을 보는 것이죠.
아이러브스테이지에서는 이런 과정을 함께 목격하실 수 있도록 런던에 살고있는 교민들을 추첨해 초대권을 보내드릴 예정입니다. 응모 방식은 아래와 같습니다.
11월 17일, 18일중 보고싶은 날짜와 성함, 연락처를 [email protected]으로 보내주세요. 당첨 되신 분들은 이번 공연의 PR을 맡은 모비우스(사)에서 초청장을 보내드릴 예정입니다.